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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독임기관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거듭나기출판진흥원의 독립성, 공정성 보장 장치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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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1  14: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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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박근혜 정부 하에서 빚어진 블랙리스트 파동이 문재인 정부에서 진상규명, 책임자 징계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 및 공정성 보장이 요구된다. 사진은 2017서울국제도서전 전자출판관의 모습.

박근혜 정부 하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행동대장을 하고, 산하 문화예술기관을 통해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블랙리스트' 파동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블랙리스트에 대한 감사 결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 기관에서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총 444건이라고 밝혔다. 이 중 출판의 경우 2014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사업 최종 심사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22종의 도서를 배제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징계 3명, 주의 6명, 3명에 대한 인사자료 통보 등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시행했다.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등 4개 기관장에 주의 조치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문체부 산하 기관장에게 향후 특정 문화예술인 단체 차별, 위원회 독립성 훼손, 심사 공정성 및 투명성 저해 등이 없도록 주의를 통보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경우, 청와대에서 내려온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지시와 관련, 적극적 공범이 아닌 소극적 이행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 공판에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등의 공판 증인으로 법정에 선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은 2014년 당시 유진룡 전 장관이 김기춘 전 실장이 이재호 출판진흥원장의 사표를 받으라고 했다며 이 원장의 사표를 제출받은 것으로 증언했다.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러한 조치는 한 보수 인터넷신문의 문체부의 좌파 종북 성향의 우수도서 선정을 비판하는 보도를 보고 격노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미디어 정책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박 전 차관은 출판진흥원의 해명에 기초해 우수도서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당시 이재호 출판진흥원장이 문체부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고 최종 반려됐다. 이재호 출판진흥원장은 지난 2012년 7월 임명돼 2015년 7월까지 임기 3년을 채웠다.

출판진흥원은 개정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기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를 통합해 2012년 7월 27일 출범한 출판문화산업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한 문체부 산하 독임 특수법인이다. 초대 원장에는 이재호 동아일보 출판국장이 임명됐지만 출판업계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한 바 있다.

이재호 초대 원장은 2015년 7월말 임기가 종료됐다. 문체부는 새 원장 임명을 6개월 동안 미루다 2016년 2월 25일 2기 원장에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 공학박사인 이기성 계원예술대학교 출판디자인과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이 원장은 도서출판 장왕사 상무를 역임했으며, 부친 이대의 씨는 해방 후 장왕사를 설립한 한국 출판 1세대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대의 장왕사 설립자는 1958년 한국검인정교과서발행인협회를 출범시키고 초대 회장을 역임한 출판의 역사적 인물이다. 이 원장은 한국전자출판연구원 원장, 사이버출판대학 학장,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전자출판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일회담의 시대적 격변기인 1964년 대학에 입학한 이기성 원장은 부친의 권유로 장왕사에 몸을 담게 됐고, 출판업과의 연이 시작됐다. 공학박사 출신인 이 원장은 1987년 당시 제정된 한글 코드가 한글 1만1,172 음절 중 2,350자만이 컴퓨터에 입력 가능하자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이어령 장관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다. 5년 동안 전념한 끝에 한글폰트 1만172자의 컴퓨터 코드 입력을 완성했다. 그는 1988년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에 세계 최초의 전자출판론(CAP) 강좌를 개설했다. 한마디로 그는 "한글 폰트 개발 이끈 전자출판계의 거목"(이슈메이커, 2012년 9월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경력을 지닌 이기성 원장 역시도 '낙하산' 인사의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2016년 2월 임명 당시부터 출판업계는 또다시 낙하산 인사 임명 반대를 외쳤다. 박근혜 정부 문체부의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판업계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있다. 가업을 이어 오랜 동안 출판업에 종사했으며, 전자출판의 선구자로서 한글폰트 개발에 큰 기여를 한 출판 전문가인 이기성 원장을 낙하산 인사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이다. 이기성 원장은 현재까지 무난히 출판진흥원장으로서의 업무를 집행해 오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터져나온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도종환 현 문체부장관이 폭로한 문화예술위원회의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출판진흥원도 블랙리스트 집행기관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김기춘 재판 등 관련자 증언 등으로 비록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블랙리스트를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책임을 면피 받는 것은 아니다.

   
▲ 차제에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업무에 관한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다. 즉 블랙리스트 방지 조항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와 정부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2017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지난 2012년 7월 출범 당시부터 출판진흥원은 끊임없이 해체론에 시달려 왔다. 원하는 출판업계 인사가 출판진흥원 원장과 이사직에 임명되지 않자, 출판업계의 일부 논자들은 출범초부터 출판진흥원 해체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초대 이재호 원장과 2대 이기성 원장 모두 '낙하산' 인사로 오명이 찍혔다.

2017년 연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도서 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 역시 그 주범은 출판산업을 외면한 문체부와 낙하산 인사로 점철된 출판진흥원이라는 주장이 횡행했다. 그러나 송인서적의 부도 원인이 방만한 경영에 의한 것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자, 출판진흥원 해체와 이기성 원장 사퇴론은 뭍밑으로 가라앉았다.

지금 출판진흥원은 또다른 과도기에 서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블랙리스트 집행 기관으로 오명을 쓴 채,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새 문화융성 기조에 맞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출판진흥 지원 기관으로서의 공적 임무가 앞길에 놓여 있다.

여전이 일각에서는 '출판진흥원 해체'와 '이기성 원장 사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큰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문체부 산하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미 블랙리스트의 책임이 분명하게 확인된 문화예술위와 영화진흥위 기관장의 사표는 도종환 신임 문체부 장관에 의해 수리됐다. 그럼에도 문화예술단체에서 진상조사와 징계처벌 수위 등 감사원의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가 미흡하다며 대통령 직속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등 블랙리스트 파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 저기 '동네북' 처지가 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새로운 거듭나기가 필요한 때이다. 출판진흥원 임직원들의 쇄신과 새 출발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한 출판진흥원 차원의 공식 입장 표명과 쇄신책 발표가 있어야 한다. 블랙리스트 적폐 청산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새 문화융성 기조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있어야 한다.

차제에 출판진흥 지원기구로서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위상과 역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일각에서의 밑도 끝도 없는 출판진흥원 해체하라는 반복적 주장은 위기에 처한 출판문화산업 구하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진영 논리에 의한 패권 싸움에 독립기구인 출판진흥원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도 감지된다.

따라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업무에 관한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즉 블랙리스트 방지 조항을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와 정부의 몫이다. 출판업계의 이해를 요구받아 출판진흥원은 과거 정부와 국회에 의해 법 개정을 통해 설립된 독임 기관이다. 그 누구라도 독립기관인 출판진흥원을 장악하거나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 특정인 또는 특정세력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체돼야 할 출판진흥원이 절대 아니다. 출판진흥원의 거듭나기 책임은 또한 출판업계에도 있다. 법제화를 통한 출판진흥원에 대한 간섭 배제와 독립성 보장, 공정성 확보라는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

독립성과 공정성, 공공성의 막중한 책무를 안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새로운 거듭나기와 이기성 출판진흥원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쇄신과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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